김훈, 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없이 죽어가는 가운데, 그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과 증거는, 행동들은, 망막에 맺혔던 무수한 영상들과 고막을 떨었던 수없는 울림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 아마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는 아주 희미하게 남거나 아예 없어질 것이다. 다만 흙속에 육체가 녹아들고, 대기 속에 내 폐 속에 들어갔다 나온 공기가 자리하는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김훈의 를 읽으며 유물 몇 점이나 뼈는 그 물건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 의해 쓰였는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인물인지 말해주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기원리’는 버려진 장소이다. AD 4년에 ‘기원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기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