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풍선을 샀어 철학의 매력에 빠져서 독일 유학을 떠났다가 십년 만에 돌아온 ‘나’에게 펼쳐졌던 생경한 서울의 풍경은, 익숙해서 문제 삼지 않고 있던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하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따뜻한 장소들은 점점 협소해지고,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놀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질적인 ‘눈에 보이는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고, 같은 것을 보고 즐기고 있지만 결국 그들은 개인으로 존재할 뿐 누구와도 함께 있지 않다. 우리는 마주보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휴대폰 문자를, 영화 스크린을 한 방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