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최후의 14일 독후감

요하임 페스트, 히틀러 최후의 14일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보류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나 자신이 이 주제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14일 동안 히틀러와 그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과를 서술하고 있는 1,3,5,7장의 경우는 가장 정확하게 여겨지는 사실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리고 2,4,6,8장의 경우에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좀 더 많이 개입되어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반쯤은 소설보다는 역사서로 읽혔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이 실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화를 되도록 허구를 섞지 않고 정확히 다루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의 상황이 실제로 이 책에서 묘사하는 그대로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이 책은 많은 증언과 증거 자료들을 모아서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장 그 당시 상황에 가깝게 복원하고자 한 듯 하다. 주석을 달지 못할 정도로, 당시 상황에 대한 견해와 증언들은 뒤죽박죽이라고 한다. 사실 인간의 기억이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누구의 시각에서 무엇을 봤는지에 대해서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전혀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의 서술이 일어났던 과거에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접근했을지는 차치해두고서라도, 그 파편적으로 조각조각 난 채 떨어져 있는 많은 증언들을 긁어모아서 앞 뒤 맥락이 맞는 한 줄기로 정리하고자 했다는 점에 이 책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히틀러의 최후의 나날들과, 거기서 언뜻 비친다고 말하고 있는 몰락의지. 히틀러가 죽으면서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겼을지, 작가의 말처럼 자신의 몰락의지를 최후까지 실현시킨 만족감에서 죽어갔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히틀러의 이 최후의 나날들이 히틀러의 삶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키워드를 던져주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판단이 서지 않는다. 평가와 생각들이 엇갈리듯이 보기에 따라 다르고, 갖다 붙이기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히틀러 스스로에게도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을 수 있다. 히틀러의 자살, 죽음이라는 사실 이면의 히틀러의 내면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을 알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러한 해석은 보는 이의 관점이 개입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듯 하면서도 구석구석에 이러한 작가의 견해가 숨은 듯이 개입되어 있어서 조금은 위험한 느낌이 든다. 히틀러를 몰락의지가 가슴 속에 가득했던 전무후무한 인간상으로 분류하는 속에서도 어떤 정치적인 힘이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히틀러의 최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해치고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히틀러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에서든 세계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어떤 기호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수한 소문이 떠도는 주제에 대해서, 사람은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대체 히틀러가 자살했을 당시, 소파에 있었느냐, 안락의자에 있었느냐에 대한 논쟁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가 죽을 때 부인 옆에 있었고 없었고에 따라서 그의 마지막 성향이 갈린다고 판단되는 것일까? 작가는 역사가들은 아무리 세세한 것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실을 특정 한 인물의 눈을 통해서조차 있는 그대로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있었을 수 있는 가능성자체를 서술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어쪄면 그러한 무수한 가능성의 서술이 ‘A=B이다식의 단정적인 서술보다 훨씬 진실에 가까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에 대한 평가라거나,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미뤄야 할 것 같다. 처음에 밝혔듯이 부끄럽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상식선에서조차 전무할 정도로 굉장히 무지하기 때문이다.

개인 감상을 적자면, 어쨌든 이 책의 내용이 완전한 진실도 아닐 수 있고, 작가의 목소리 역시 그 안에 숨어있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자극이 되었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무지를 깨닫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독일 역사와, 세계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다는 열의를 불러일으켜주었던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히틀러와 그 주변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인물에 대해서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 것만으로도 독서에 대한 만족감은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해서 먼 주제였던 전쟁에 대한 생각도 머릿속에 떠다녔다. 전쟁이 계속되는 삶에 대해서, 전쟁의 이유에 대해서, 군대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이 단편적으로 스쳐갔다. 이 책이 시작을 열어 주었으니, <히틀러><2차 세계대전>관련 자료에 대해서, 좀 더 거리감 없이 다가가고 싶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