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가 - 옹녀, 그녀는 팜므파탈인가?

변강쇠가

변강쇠가에는 성적인 표현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자유롭게 나오고 있다. 변강쇠와 옹녀가 식을 올리던 대낮에 청석관에서 서로의 성기를 묘사하며 부르는 노래는, 유교에 억눌린 양반 문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진솔함이 녹아 있다. 등장인물들은 유교적 가치 등에 얽매이지 않고 노골적으로 성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자유롭게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그러나 얼핏 자유로워 보이고 해방되어 보이는 이 들의 성, 혹은 사랑은, 가부장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변강쇠가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변강쇠는 작품 초중반에 죽어 송장이 되고,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은 변강쇠의 아내 옹녀이다. 옹녀는 소위 말해서 노는 여자로 묘사된다. 옹녀는 남자들을 홀리는 교태나 아양에 능수능란하다. 이는 단순히 옹녀가 밝히는여자 라는 것은 아니다. 옹녀는 그보다는 남자들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혼자 힘으로는 변강쇠의 송장을 치울 길이 없어서 도와줄 남자를 찾는다. 이는 꼭 남성 의존적이라고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에서 여성이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적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옹녀는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 등이나 교태에 남성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알고 있고, 그를 이용할 줄 알았던 여성인 것이다.

옹녀에 대한 묘사를 보면 이중적인 면이 있다. 옹녀는 절세미인으로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그 아름다움은 치명적인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옹녀와 어떻게든 관련을 가지는 남자들이 연달아 죽음을 맞이하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들의 죽음은 옹녀 탓이 아닐 수 있다. 아니, 꼼꼼히 읽어보면 실은 옹녀의 탓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사는 마치 옹녀가 다른 서방이나 남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인 것처럼 은연중에 묘사하고 있다. 옹녀가 있던 마을에서도, 연이어 상을 당한 옹녀를 불쌍히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마치 옹녀가 역병이라도 되는 듯이 마을에서 내친다. 이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부여했던 이중적인 시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은 수절을 지키는 성녀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창녀이다. 그리고 양반 가문이 아닌 옹녀는 처음부터 수절 등에서는 약간은 자유로운 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옹녀에게 부여되는 이미지는 기생과 유사한 것이다. 데리고 놀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는 남성들(오입장이들)어쩔 수 없는정력을 망설임 없이 발산도 되는 도구이다. 남성들은 옹녀에게 직접 손을 대거나, 접근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성은 다소 폭력적이며 일방적인 면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옹녀는 그녀가 가진 그러한 성적인 매력이나 폭발력이 남성을 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 역시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옹녀가 제공하는 두려움은 차례로 옹녀와 관련된 남성이 죽어가는 서사를 통해 부각된다. , 옹녀는 남성이 여성에게 부여하는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옹녀가 위험한 인물인가? ‘옹녀가 그녀에게 접근하는 뭇 남성들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히는 인물인가? 옹녀는 단순히 숫계집보다 노는계집으로 묘사될 뿐이다. 그녀는 바람을 피는 것도 아니고,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변강쇠가 모든 노름과, 계집 놀이 등을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옹녀를 괴롭게 한다. 변강쇠의 죽음은 옹녀 탓이 아니다. 변강쇠 스스로, 말리는 옹녀를 뒤로하고 가장의 권리 운운하며 장승을 베며 화를 자초한 것이다. 변강쇠의 시체를 본 인물들은 차례로 죽어간다. 이는 서사에 의하면 옹녀가 그들을 데려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변강쇠 자신의 원한때문이다. 그리고 변강쇠의 시신이 다른 남성들을 죽이는 것은 다름 아니라 혼자 남은 옹녀가 수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변강쇠전에서 시체를 만들고 있는 것은 옹녀가 아니라 실은, 강요된 가부장제의 압력 자체인 것이다.

이 기괴한 작품은 시체 달라붙기해프닝으로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움직일 수 있게 된 인물들은 기괴한 사건의 모든 책임을 옹녀에게 마음을 품은 사실이나, 혹은 옹녀 자체에게 돌리면서 떠나간다. ‘음탕하게 꾸민 분대굴이라는 표현은 옹녀에 대한 시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잘 될 사람들이 옹녀라는 위험한 여자를 만나서 잘못되거나 평생을 그르쳤다고,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에 대한 부정적 면모를 전면에 드러내는 <변강쇠전>은 당시 사회의 여성에게 부여했던 남성의 가부장적 시각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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