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별, 김원일 - 무의식을 통해 깨어나는 분단의 아픔

김원일, 오마니별

지금 현재 분단이라는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가. ‘분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틀림없는 현실이지만, 혈육이 서로 죽고 죽였던 전쟁, 가족들이 남쪽과 북쪽으로 갈려져 선 하나로 갈려지고 말았던 아픔은 점점 묻혀져 점점 과거의 역사적 사실로만 남아가는 듯 하다.

<오마니별>의 조평안은 분단의 현실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그러나 오마니와 누이가 있었고, 피난 중에 폭격으로 죽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 이중길이라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남아 다른 이름을 가지고 살아왔던, 분단의 기억을 상실하고 살아간다. 누이가 죽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지만, 으레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애써 생각해내고 알아내려 하지 않고 기억을 덮어둔 채로 이중길이 아닌 조평안으로서 살아온 셈이다. 그에 반해 살아있었던 그의 누이 리 여사는 전쟁 직후 외국으로 입양되어 살았음에도 오히려 과거를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동생을 찾아 나선다. 그녀는 한국말과 미국 말을 입에 담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다. 두 인물을 통해서, 이산과 전쟁의 아픔은 환경이 바뀌거나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완전히 씻겨지지 않는 뿌리 깊은 정서인 동시에, 너무나도 쉽게 잠재의식 속에 가둬둔 채 망각하고 살아가고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분단이라는 상실된 과거가 다시 현실로 깨어나는 것은 무의식을 통해서이다. 리 여사는 생사를 오가던 갈림길, 그 잠재의식에 끝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생생하게 살아서 양을 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동생을 다시 찾기 위한 결심을 한다. 조평안은 오마니와 누이가 폭격에 죽었다는, 거의 잊혀진 희미한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조평안을 새롭게 깨어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다. 조평안은 습관적으로 틈만 나면 넋 빠진 꼴로 별 보기를 좋아했다. 그 까닭은 누이와 함께 봤던 에 대한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있었기 때문 일 것이다. 리 여사의, 별 말입니다!”라는 말은 조평안의 무의식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기억을 일깨우는 스위치가 된다. 리 여사 역시 봇물 터지듯이 별보구 내가 말했어?”라며 한국어 낮춤말이 줄줄 나오고, 그것을 받아 조평안도 오마니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남매임을 알 수 있는 단서도 거의 없이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오마니별이라는 공통으로 간직하고 있던 어렴풋한 기억을 공유하며 급격히 그 차이를 뛰어넘어 누이와 동생이 된다. DNA검사 같은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공통된 한과 기억이야 말로 그 둘을 다시 하나로 엮어주는 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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